단상/일상

내 이름 부르는 이는?

Chris Jeon 2024. 6. 6. 00:00

 

 

 

평생 내 이름을 내가 큰소리로 부르는 경우가 몇 번이나 있을까?

대부분 내 이름 부르는 이는 남이다.

 

나를 지칭하는 것은 이름 외에도 많다. ~ 아빠, ~할머니, ~박사님, ~회장님…

하지만 그것은 관계상 혹은 직책/직위의 호칭일 뿐 나라는 브랜드명은 내 이름이다.

이름은 나라는 존재의 ID를 대표하는, 나의 고객을 위한 명칭이다.

 

아침에 카톡이 온다. 받아보니 갓난아기가 웃고 있다. 내가 언제 갓난 아기를 친구 삼았지? 이름을 보니 CK, P. 누군지 모르겠다. 단서를 찾으려고 프로필 사진을 찾아보니 온통 아기 사진과 꽃 사진뿐이다. 더 이상의 조사를 단념한다.

 

그나마 이름도 여럿이다. 한국 이름, 영어 이름, 세례명, 남편 성 따른 이름. 이런 요소를 조합하면 한사람의 이름이 매우 복잡하게 나눠진다. 내 머리로는 외우기가 벅차다.

 

전화가 온다. “어~ 나요.” 성씨가 ‘나’씨인 분인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아리송할 경우 당황스럽다. 별 수 있나 나도 답한다. “예, 접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에서 “회장님” 하고 부르면 절반 이상이 돌아본다는 우스개말이 있다. 단체 회장직을 맡고 있다가 임기가 끝난 후 이름 부르면 좀 섭섭해 하는 기색이 느껴진다. 그래서 계속 회장님이라 부르다 보니 모 단체는 회원들이 모두 회장님이시다.

 

특히 여성분들 모임에 가면 이름 밝히기를 어색해 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그 중 다수가 관계상의 호칭을 사용한다. 나이드신 분들은 ‘~ 할머니’ 중년분들은 ‘~엄마’ 혹은 ‘~ 부인’. 왜 관계상의 호칭 뒤에 내 이름이 숨어야 할까? “여권 신장은 내 이름 찾기부터”라는 슬로건 걸면 욕 먹을까?

 

나는 내 이름이 불려지기를 원한다. 한국 존댓말 때문에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럴 경우 ‘님’이란 좋은 호칭이 있다. ‘***님’, 참 쉽다.

 

나를 가장 나 답게 호칭하는 내 이름을 확실하게 내세우고 싶다. ~아빠. ~할아버지, 회장님 보다 내 이름 석자에 더 자부심과 애착이 간다. 이름 다음에 ‘님’자 붙여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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