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느리게 산다는 것

Chris Jeon 2023. 2. 4. 11:02

♥ 블벗님과 생각 나누기로 약속한 주제인데, 쭉 연결되는 글이 안 쓰여서 그냥 떠오르는 생각을 나열해 봅니다.

 

 

달팽이느 느려도 늦지 않다; 수필에서 인용

 

무료해서 셀폰을 들여다볼 때가 있다. 누가 카톡 보내온 것 없나? 수신된 내용이 없으면 서운하다.

한창 바쁘게 일할 때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지쳐서 도대체 이놈의 전화 한시간 동안 몇 번이나 받고 거는지 헤아려 본 적이 있었다. 20번 이상, 얼추 2~3분마다 한번 꼴. 말하는 시간 감안하면 거의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던 셈이다. 물론 나는 그 당시 전화 상담원은 아니었다.

 

‘느림의 미학’을 설명하는 글에서, ‘느림’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 ‘느림’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느림에 대한 변(辯)】

한국에서 5년이면 충분히 완공할 것 같은 지하철 공사가 이곳에서는 10년이 넘도록 도로가 배를 열어 젖힌 체 그대로다. 공사 관리자들 말로는 내실있게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아침에 잠자리 이불을 개지 않고 누에 고치에서 고물고물 기어 나온 자가 하는 말, “뭐 급할 게 있나?”

부모님 잘 둔 덕에 평생 힘들게 일하지 않고도 잘 먹고 사는 자가 수염 덥수룩하게 기르고, 심심하니 등산가서 슬슬 걷으며 자연인 행세를 한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 밤 낮으로 피땀 흘린 조상님들이 가꾼 과실을 따 먹고 자란 후손들이 그 조상님들의 ‘빨리빨리’ 문화를 질책한다.

 

【이런 생각도 있어요】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빨리 걷고, 뛰어본 경험이 없으면서 천천히 걷기를 주장하고 있다면 그는 비만이 될 요소를 가지고 있다.

휴식은 열심히 일한 후에 흘린 땀을 닦으며 가져야 그 의미가 있다.

1분에 30번 삽질할 수 있는 자가 일할 때 10번만한다면 그는 창조주가 주신 탤런트를 낭비하고 있는 자다.

 

【덧붙이고 싶은 생각】

당장 빨리 걸을 수 있어도 가야할 먼 거리를 생각해서 속도 조절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욕심 없는 자세도 중요하다, 하마 흉내내다 입 찢어진 개구리 우화도 있다.

경쟁은 내가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 해야지 경쟁 그 자체에 몰두하게 되면 다리 찢어지는 뱁새 꼴이 된다.

 

【마무리 짓자】

단순하게 생각해서 ‘빨리’ 혹은 ‘천천히’가 아니라, 빨리와 천천히의 조화가 필요하다. 스피드를 우선으로 둬야할 일과 상황이 있고, 곰곰이 생각하고 다져야 할 경우가 있는 법이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는 기본이다.

느림의 미학, 단면적 이분법적 사고로써 이해하면 게으른 자의 도피처가 된다.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왜? 그는 최선을 다해 기어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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