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설

신의 한수

Chris Jeon 2021. 8. 28. 11:48

  세상은 공평, 공정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선하게 산다고 모두 좋은 결과를 맞이하는 것도 아니고 노력한 만큼 이루어 진다는 확신도 없다. 죄 없는 아기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보게 되고 나쁜 짓을 많이 한 것이 분명한 사람이 더 잘 사는 것을 볼 때도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돈독한 신앙심을 가진 분들이 많이 하시는 말씀, “그분의 섭리는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만약 내가 한 것만큼의 정확한 결과를 받는 세상이 된다면 어떨까?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노력도 계량화 되고 선과 악도 모두가 공감하는 척도를 만들어서 잴 수 있는 세상이 와서 그 결과에 따라 본인의 기대하는 만큼의 대가가 보장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 될 것인가 상상해 본다.

 

  나는 노력도 했고 선한 일도 많이 해서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 중 상위 20% 착한 사람에 속한다. 나는 대가로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고 사는 동안 돈으로부터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행복의 조건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당시 평균 수명 100세를 감안해서 80살 이상 건강하게 사는 것을 보장받고 사는 동안 상위 20%에 해당하는 소득을 보장받는다. 참 행복하다. 할렐루야, 신께 감사!

 

  이런 세상에서는 신보다 슈퍼 컴퓨터가 더 필요해질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노력과 선의 척도를 만들고 계량할 것인가? 어떻게 매 순간 인간이 한 일들을 체크하고 실적에 반영할 것인가 등등의 이슈가 인간 생활의 핫 이슈가 될 것이고, 일단 그 척도와 집계 방법만 정해지면 결과는 자명해짐으로 눈에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신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질 것인 아닌가?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에 대한 두려움과 죽음을 포함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안에서 종교가 출발했다는 것이 종교학의 정설일 것이다. 이 두가지 문제로부터 인간이 벗어날 수 있다면, 신이 존재하든 안 하든 간에 인간은 그 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생각하는 논리대로 굴러가지 않는 세상, 이것이야 말로 신의 존재 가치 유지를 위한 신의 한 수가 아닐까?

 

2020517

문득 세상 참 불공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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