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몸이 먼저다

Chris Jeon 2022. 9. 27. 01:15

 

 

 

신부님 강론을 유튜브로 보다가 재미있는 예를 들었다.

자기가 흠모하는 연인에게 매일 편지를 써 보내는 남자가 있었다. 수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결국 그 여인은 누구랑 결혼했을까? 그 편지 쓴 남자?

 

 

정답은 우편배달부다. 매일 편지를 건네 주다 보니 친해져서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고 한다.

 

 

내 생각이 주인이고 몸은 종이라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아니 대부분일 것 같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에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내 생각, 내 마음을 닦기 위해 무진 노력을 다한다. 결과는? 나의 경우 잘 안된다.

 

 

자주 하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편해지고, 편해지면 좋아지고, 좋아지면 사랑하게 된다. 중학교 때 얼핏 본 시 중에서 대충 기억에 남아있는 내용이다.

 

 

지금 내 생각, 내 마음이 탁하다고 해서 자책하거나 씻어내기 위해서 몸부림치기 보다는 편한 마음으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있는 환경에 그저 내 몸을 두는 것.

 

 

좋은 줄 알지만 실행이 안되는 경우, 실제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지 기다리지 말고 그냥 연습 삼아 몇 번씩 해 보는 것.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와 몸 사이라고 한다. 생각이 몸으로 내려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으니 이제 몸을 생각 쪽으로 더 다가가게 만드는 것.

 

 

한권의 좋은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항상 웃는 분과 대화 나누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걷고, 좋은 뜻을 가지신 분들이 모이는 장소에 가서 앉아 있는 것.

 

 

추운 겨울날 거리에 앉아 있는 노숙자이게 내가 두르고 있던 목도리 한번 줘 보는 것. 옆에 앉아 있는 마누라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번 해보는 것.

 

 

생각대로 잘 안 행해진다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그냥 좋은 물에 내 몸을 푹 담궈 두고 시간의 흐름에 맡겨 두거나, 골프 스윙 열심히 연습하듯 자주 연습해서 익숙하게 만드는 방법.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사람 구하러 자기 몸을 던진 의인들, 순간 이웃 사랑을 생각했을까? 아니면 평소 이웃 사랑에 익숙해진 내 몸이 먼저 반응했을까?

 

 

사실 나도 이 방법을 확실하게 실행해 보지는 못했기 때문에 아직 생각 단계다. 그러므로 일단 내가 한번 제대로 해보고 성공하면 훗날 내 경험을 바탕으로 ‘확실히 몸이 먼저입니다’란 글을 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2022년 초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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