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나도 자연인이다

Chris Jeon 2022. 8. 17. 22:34

 

 

 

 

 

‘나는 자연인이다!’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먼저 온다. 그럼 대부분의 사람은 ‘인조인’ 인가? 말 장난이고…

 

 

자연인이란 자연스런 삶을 사는 사람으로 이해된다. 여러가지 인위적인 속박에서 벗어나 자연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사는 삶, 현대인의 동경이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먼저 태어난 사람들이 만든 인조물의 영향을 받는다. 가족 관계, 사회제도, 문화, 문명, 가르침… 거의 모든 면에서 인간들이 만든 무엇인가에 영향을 받고 대부분 거기에 맞춰 산다.

 

 

그것들 대부분은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답게 혹은 편리하게 살기 위한 것들이다. 문제는 그러한 것들이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우리를 속박하는 도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데 있다.

 

 

인간의 생각이 만든 문제다. 돈이란 것이 그렇다. 모양만 달라졌을 뿐 돈은 교류가 시작된 이래 있어왔다. 물물교환, 조개 껍데기, 동전, 화폐, 수표, 가상화폐. 우리의 일상을 엄청 편리하게 만든 발명품이다. 집한 채 사기 위해서 수백대의 트럭에 쌀 가마니 싣고 가는 광경을 상상해 보자.

 

 

누군가 이야기했다. 내게 필요한 돈의 량은 “돈의 공포로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정도”다. 돈은 내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요소 중 하나일 뿐인데, 돈 자체에 목숨 걸어야 하는 상황으로 만든 내 의식이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문제의 근본이 내 마음이라면 속세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님이 왜 암자에서 정진하실까? 스님도 인간인지라 주위 환경에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정진에 방해되는 영향권내에서 가능한 멀어지기 위해서 자연속을 택한 것이다. 대신 인간이 만든 것이 주는 혜택을 버리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세상은 자연인만 있어서는 굴러가지 않는다. 자연인처럼 사는 것이 항상 올바르거나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자연인이든 속세인이든 자기가 선택한 것을 가지는 대신 나머지는 버리는 대가를 지불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이다.

 

 

나는 속세에서 자연을 즐기며 사는 쪽을 택했다. 컴퓨터 앞에 앉으면 속세인이지만 창 밖의 새의 노래 소리를 들으면 자연인이다. 고로 나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의 재주를 가진 자이거나 궤변론자(詭辯論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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