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망각과 추억

Chris Jeon 2024. 7. 27. 12:36

 

 

 

아주 기막히게 슬픈 상황에 처한 사람이 울부짖다가 기절하는 장면을 본다. 왜 기절할까? 컴퓨터가 과부하 걸리면 스톱 된다. 계속 가동되면 타버리거나 망가지니까.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계속 슬프면 미치거나 심장마비가 올 것이니 자율 신경계가 작동해서 전원을 꺼 버린 것이 아닐까?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진 인간이다. 자손을 번성 시키기 위해서는 내가 우선 살아 있어야 한다는 본능이 내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다.

 

부모님을 땅에 묻고 와서도 배고프면 밥을 쓱쓱 비벼 먹고, 자상했던 남편 장례식장에서 “나는 이제 우째 사노” 하며 오열했던 할머니가, 몇 달 후 어느 햇살 좋은 날, 날개 같이 가벼운 복장으로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산에 오르신다.

 

다 내가 살아가는 쪽으로 내가 만들어졌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시간이 지나면 느낌이 무디어지고 힘들었던 경험도 뒤돌아 보면 추억이란 양념이 쳐져 그런대로 좋게 느껴진다.

  

언제까지나 슬픔을 안고 살 필요도 없고, 좋다고 계속 흥분하는 것도 좋지 않다. 나한테도 해롭고 주변 사람들도 불편하게 만든다.

 

아침밥 뭘 먹었는지는 가물가물해도 첫 사랑 기억은 생생하니 기억할 것만 기억하며 즐겁게 살라는 조물주의 배려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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