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시니어 글 9 : 재미 만들기

Chris Jeon 2024. 3. 17. 08:42

 

 

 

정신없이 쫓기던 삶에서 이제 겨우 한숨 돌릴 만한 시점에 서서 보니 사는 것이 별로 재미없는 것 같다. 너무 바쁘게 살아와서 재미있는 일을 그냥 지나쳤는가 싶어 무엇이 재미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봐도 별로 눈에 띄는 것을 발견할 수 없다. 그나마 몇몇가지를 골라 놓고 봐도 시작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거나 귀찮아 보이기도 하고… 그래도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떠밀려 남들이 많이 하는 것 중 하나를 골라 시작해봐도 작심 삼일이다. 인생 60줄 이상에 들어선 분들이 많이 겪는 일이다.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은 하루 평균 10회 이하 웃고, 아이들은 300~400번을 웃는다고 한다. 우리가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면 뇌가 복잡하고 오묘한 신체 시스템을 가동해서 웃음이라는 동작을 만들게 되고 우리는 그 동작을 보고 웃음이라고 인지하는 것이다. 웃음은 행복감의 표현이며 행복의 큰 요소는 재미라고 하던데 재미없이 사시는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 모양이다.

 

  살아가는 세상은 같은 세상인데, 아이들에게만 재미있는 상황들이 절대적으로 많이 생긴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바꾸어 말하면 같은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재미있어 하고 어른들은 반대로 재미를 못 느낀다는 것이다. 그것을 그냥 세월이 쌓은 삶의 두께 때문이라고 간주해 버리기에는 앞으로 재미없는 삶, 즉 행복하지 않은 세월을 오래 살아가야할 현대 시니어들의 삶이 너무 삭막해 보인다.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재미 있게 논다. 막대기 하나만 가져도 무수한 놀이를 만들어 내면서 즐겁게 웃는다. 반면에 노인들은 재미 있을 듯한 오락거리를 보여줘도 화난 표정을 짓고 있기 일쑤다. 재미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것이다. 그동안 재미를 느끼는 기능을 잊고 살아온 우리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

 

  첫째는, 재미는 재미라는 보물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널려 있는 재밋거리를 내가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는 능력임을 인지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는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내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 흥미를 느끼는 분야, 몰두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한 전문가의 조언은 가지기, 키우기, 배우기, 만들기, 만나기 5가지 분야에서 재미를 느낄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세번째는,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하고 한번 해 보는 적극성을 키우는 것이다. 가능한 많은 것에 접하고 재미 있을 듯한 것은 일단 해보고, 싫으면 그만두고 다시 찾는 과정을 귀찮게 느끼지 말아야 한다.

 

  네번째는, 구체적인 탐색이 가능해야 한다. 너무 광범위하거나 추상적인 대상을 찾는 것은 실패하기 쉽다. 그냥 독서가 아니라, 어떤 분야의 책이란 것이 정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작은 실천이다. 그럴듯한 주제가 정해지면 맛있어 보이는 사과를 고르듯이 그냥 한번 만져 보는 식이다. 색소폰 불기가 괜찮아 보인다면 오늘 당장 유튜브에서 색소폰 연주를 한번 들어 보는 식이다.

 

  우리를 실패로 이끄는 가장 잘못된 사상이 귀차니즘이라는 농담 같은 진담이 있다. ‘귀찮다’ 와 ‘~ism’을 합성한 조어다. 천하에 둘도 없는 처방을 내놓아도 “귀찮아” 한마디면 백약이 무효다. 내 생각은 내가 만드는 것이고 내 생각이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 수준의 격언이 됐다. 재미없게 사는 것도 인생이고 이를 택한 이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귀차니즘’ 하나 때문에 내 인생을 재미없게, 행복하지 않게 오래 산다는 것은 참 억울한 일이 아니겠는가?

 

2021. 07. 09

무엇이 재미일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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