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자연

여정 2-산천은 의구한데…

Chris Jeon 2024. 5. 13. 09:28

대충 6학년을 넘어서면 지나온 길을 자주 돌아보게될까 아니면 앞으로 나갈 길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될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미 저질러진 과거보다 그래도 내가 용써볼 수 있는 미래를 고민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다.

 

고향이 2곳이다. 태어난 고향과 이민와서 뿌리 내린 고향. 한참만에 뿌리 내린 고향을 찾아보니 '산천은 의구한데 사람은 많이 변했음'을 실감한다.

 

내가 나이들어 늙어가고 사라짐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웃고 울었던 그곳은 그대로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 추억속에 담겨있는 것들이 내가 만들어갈 미래보다 더 진하고 가깝게 다가온다. 아무래도 나는 앞을 바라보는 것 보다 뒤를 돌아보는 횟수가 더 많은, 비합리적인 사고의 소유자인 것 같다.

 

내 고향 도시 전경. 페리가 닿는 곳. 바다와 면해 있다.

 

겉 모습은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 아파트 건물이 더 들어섰고 도로에 차가 좀 늘었고, 숲이었던  몇몇 곳이 택지로 변한 정도. 하기야 이곳 사람들 변화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본토에 있는 밴쿠버와 이 섬까지 해상 연결 도로 건설하자는 안이 주민들 반대로 무산되었다고 들었다. "섬은 섬이어야 가치가 있다."는 논리. 나도 찬성이다.

 

도시 인근 산  능성에서 본 도시 전경. 저멀리 산들은 해발1000미터 이상이다.

 

섬이라고 하지만  남북으로 500km 넘는 고속 도로가 깔린, 남한 면적 절반에 가까운 면적의 큰 섬이다. 2000m 가 넘는 고산들이 많고.  숲,물, 공기가 좋고 복잡하지 않고 생활 인프라가 비교적 잘 되어 있어서  '999당'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상주 인구수는 약 90만명 정도.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내가 즐겨가던 낚시터. 시즌이 되면 연어와 큰 고기들이 올라온다. 낚시를 위한 완벽한 설비가 갖춰져 있다.

 

 

집 가까운 바닷가에서 추억 담기 중

 

 

내가 선녀탕이라 이름 붙여준 폭포. 바위가 전부 대리석 같다. 바위위에 선 여인은 모두 선녀처럼 보인다.

 

 

어마무시 광활한 호수에 우리가족 뿐이다. 아직 철이 이른지 곰은 안보인다.

 

도시에서 가까운 곳 공원이 국립공원 풍광 못지 않다. 그래서 크리스가 좋아한다.

 

 

흐르는 물을 바로 떠서 마셔도 괜찮다. 너무 맑아 고기가 못살 것 같다.

 

 

균형 감각은 힘센분이 더 낫다.

 

 

나이 좀 드니 밸런스 감각이 떨어진다. 왕년에는 고기 잡겠다고 해안 절벽틈을 밟고 돌아 다녔는데 지금은 낭떠러지 가까이 가면 누군가 낭떠러지로 잡아당기는 듯한 무섭증이 생긴다. 그래서 틈틈이 균형잡기 연습 중.

 

사진 안에 들어오는 인적이 없다. 여름 성수기 전까지는 이렇다. 이 넓은 해변이 내꺼다.

 

힘센분 왈, "전생에 당신은 해달이었던 것 같아요. 물(술 포함) 좋아하고 가끔 총명해 보이고..." 칭찬인지 비아냥인지 모르겠으나 하여튼 나는 물이 좋다.

 

해번 바위에 조개류가 카펫처럼 깔려있다.

 

 

공원, 보존 구역내 모든 것(objects)은 이동하면 안된다. 당장 몇개 주머니에 넣고가서 된장국 끓여 먹고 싶어도 참고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밤이 되면 사슴이 마실 나온다. 통상 제일 앞장서는 놈이 숫놈이고 가운데가 새끼, 후미는 암컷이 맡는다.

 

 

남한 절반쯤 되는 면적의 땅에 100만 안되는 인구가 사니 주인은 동물들이다. 도심에 가까운 곳에 air bnb 구했는데 저녁되면 사슴이 주인이 된다. 가끔 쿠거도 나와서 비상 걸린다. 곰은 조금 더 외곽에서 출몰하고 . 사실 저희들 영토인데 인간들이 침략한 것이니 할말 없고 미안할 따름이다.

 

 

고향에 정착하는데 조언해 주시고 한동안 나랑 같이 일했던  부부. 남편이 병드셨다고 한다. 시에서 그간 부부의 공로를 치하하며 설치해준 벤치에 앉아서 기념 사진 한 컷.

 

 

고향 방문 기간 동안 이전에 알고 지냈던 분들이 반겨주셨다. 사실 이곳에서는 내가 한인으로서 초창기 멤버에 속한다. 그당시 같이 가족처럼 지냈던 분들 중 다수는 본토로 이사 갔고 몸이 아프신 분들도 계시고 남아 있는 분들도 흰머리가 늘었다. 나도 마찬가지 일터.

 

모두 헤어지면서 꼭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한다. 점점 못만날 가능성이 높아지니 이심전심 작별의 정이 찡하다. 위 사진의 부부는 병이 깊어 더욱 헤어짐에 가슴 아팠다. 건강하게 다시 만나자고 새끼 손가락 걸며 악속하자고 하니 부인이 자기 나라도 같은 풍습이 있다며 좋아하는데 눈가에 물기가 비치는 것을 보았다.

 

모두 건강하게 평화롭게 사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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