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물, 숲 그리고 하늘 2

Chris Jeon 2023. 10. 6. 08:14

4주간 캠핑 중 첫주는 허리케인과 함께 한다. 태풍 중심부가 현재 내가 있는 곳으로 부터 500km 정도 서쪽을 지나간다지만 Lee라는 이름의 허리케인  날개가 일으키는 바람과 비는 거세다. 덕분에 대서양의 거친 풍경은 원없이 본다.

 

완전히 허리케인 중심권에 들어서면 파도가 방파제를 넘을 것 같다.

 

캠핑장도 안전을 고려해서 3~4일 정도 close되고 예약자들에게는 전액 환불해 준다. 그래서 계획에 없던 모텔에서 숙박한다. '모텔핑'으로 명명하고 나름 즐겁게 지낼 궁리를 한다.

 

시골에 위치한 소박한 캐빈형 모텔

 

그래도 캠핑맛을 내기 위해서 캐빈형 모텔을 선택했다. 작은 deck에서 비 내리는 풍경보며 라면 끓여먹는 즐거움도 좋다.

거의 1500km 달려 왔는데 비온다고 방에만 있으면 뭔가 손해 보는 듯하다. 주변 산책로를 찾아 걷기로 한다.

 

바닷가와 연결되어 있는 동네 산책로

 

가까운 곳에 동네 사람들이 이용하는 해변으로 연결되는 산책로가 있다. 잘 다듬어진 아름다운 길이다. 작은 마을에도 이런 시설을 마련하는 여유가 선진국과 그렇지 않은 나라를 구분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 될성 싶다.

 

작은 페리를 타고 수로를 건너면서 찰칵

 

산속 트레일을 걷다가 거울 같은 호수를 만나다

 

하늘이 갰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모습은 본다. 단풍이 본격적으로 물들면 더 아름다운풍경이 될 것 같다. 내년에 다시 올수 있을까?

 

길 걷다 만난 여우

 

야생 동물들도 자주 만난다. 여우가 먹을 것 찾아 어슬렁 거린다. 살이 통통하게 붙은걸 보니 살기는 괜찮은 모양이다. 며칠전 계곡물에 발 담그고 먹이 찾는 조금 어린 곰도 봤다. 지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그래서 서로 쿨하게 헤어졌다. 순간적인 조우라 같이 사진 찍자는 부탁은 못했다.

 

찬 계곡물을 거침없이 건너는 용감한 젊은 여인

 

산속 트레일 걷다가 장애물을 만나다. 폭이 좁고 얕은 개울은 신발 벗고 건넜는데 이어서 본격적인 강을 만났다. 깊은 곳은 허리까지 잠길 것 같아 망설이는 사이 왠 젊은 여인이 뒤에서 나타나서 서슴없이 밧줄을 잡고 건너간다. 저런 용기가 부럽다. 우리는 의논 끝에 포기하고 뒤돌아 섰다. 어차피 인적이 없으니 나는 어찌저찌하면 건널수 있겠는데 옆에 계신 힘센분은 좀 곤란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결론이다. 그래도 많이 아쉬웠다.

 

카리스마 넘치는 갈매기

덩치큰 가마우지(?)를 사열하는 갈매기. 육체적인 힘이 곧 서열을 결정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나이들어 힘이 달린다고 핑계될 것이 아님을 배운다.

 

핼리팩스에 있는 관광 명소  Peggy's Cove Lighthouse

 

반환점을 돌면서 시간이 넉넉하여 관광 명소 한 곳을 들렀다. 핼리팩스에 있는 관광 명소  Peggy's Cove Lighthouse. 20년 전에 한번 온 적이 있는데 그때와 비교하여 인공적인 구조물이 많이 세워진 것 같다. 바위, 등대, 파도,하늘만 있던 그때가 더 그립다. '산천 의구란 말 옛시인의 허사로다."

 

6500km를 달려 한달간의 캠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몸과 마음이 나른해 진다. 생각이  좀 단순해진 것인가? 다시 사람들과 부대끼면 사는 것이 좀 불편해질 것 같은 걱정아닌 걱정이 든다.

 

이른 아침 동네길 차를 몰고 가다가 여명을 본다. 참 아름답다. 굳이 멀리갈 필요 없네...

 

잠이 들깬 동네가 아직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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