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금수저 흙수저 1

Chris Jeon 2021. 9. 2. 04:23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리고 있는 자” 어리석고 게으른 사람을 묘사할 때 자주 사용되는 비유다. 하지만 작은 확률에도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그 사람의 끈기와 한번쯤 시도는 해보는 도전정신은 칭찬할 만한 것이 아닌지. 어차피 자신의 손으로 감을 딸 재주가 없다면 입이라도 벌리고 기다리는 것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다.

 

 “행운은 노력이 기회를 만났을 때 일어난다.” 공감이 되는 이야기다. 노력은 내가 하기 나름이라는 것에는 공감해도 많은 사람들은 기회의 불공평함을 탓한다. 그래서 금수저 흙수저는 이제 누구나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사용되는 낱말이 됐다. 하지만 만인에게 공평한 기회란 애당초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항상 변하는 환경과 다른 사람들과 엮여서 만들어지는 기회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모두가 생각하기에 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들 수 있겠는가? 사회적 정의가 실현되면 가능할까? 아마도 정의라는 개념을 정의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부터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말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한 걱정만 하자. 내가 하는 걱정의 95% 이상은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통계가 있다. 쓸데없는 걱정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걱정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걱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말하는 나를 소극적이거나 개인주의적 사고가 강한자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세상에 던져진 내가 쥐고 나온 흙수저 만큼은 되 물릴 방법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금수저 흙수저 타령은 그만하고 금수저라면 더 닦아 광을 내고 흙수저라면 그 수저 조차도 가지지 못한 사람을 생각해서 잘 갈무리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 금 보다 먼저 부숴지고 광도 나지 않아 속 상할 때, 이세상에 단한가지 공평한 것, 끝에는 누구나 한 평 땅속에 묻힌다는 것을 잊지 말고 그때까지 내가 가진 수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보자. 누가 아는가? 혹시 홍시가 시간과 장소에 맞춰 내 입안에 떨어지는 행운이 나를 찾아올지.

 

2020 5 14

나도 참 열심히 살아왔는데라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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