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절반으로 잘려진 나무

Chris Jeon 2021. 8. 28. 01:15

 

  새소리가 시끄럽다고 자기 집 가까이 서 있는 이웃집 나무 중 경계선을 넘어온 부분을 절반으로 잘라버린 사진이 뉴스에 나왔다. 영국에서 일어난 일인데 법적으로 하자는 없다고 하지만 세로로 정확히 절반으로 잘린 나무가 시사하는 바가 커서 지역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사랑을 나누면 배가 되고 촛불은 불씨를 나눠서 주위를 더 밝게 만든다. 동물도 서로 돕지 않으면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데, 이타심은 인간만이 가지는 고도 지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혼자 잘살겠다고 가르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조금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저귀는 새소리나 산속을 흐르는 계곡물 소리도 듣는 이의 마음 상태에 따라 소음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선을 그으면 상대와 등지게 되고 적대감이 생긴다. 새소리가 거슬린다면 새를 쫓을 방도를 협의했으면 이웃과 우애를 유지하면서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왔을 것인데 가르고 등짐으로써 생긴 분노가 타협할 수 있는 여유를 앗아가 버렸다.

 

 자신의 영역으로 넘어온 나무는 내 것이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 역시 가르는 사고다. 오로지 내 것이라는 데 집중하는 순간 편협해 진다. 나무가 그동안 한여름 뙤약볕을 막아주고 신선한 공기를 제공해 준데 대해서 감사하는 넓은 시각은 내 것과 남의 것을 가르는 순간 잃어버리고 말았다.

 

 가르는 마음은 문제의 원인을 상대에게 돌린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새, 그러한 새에게 터전을 제공한 나무, 그 나무가 있는 집 주인, 모두가 문제의 원인 제공자로 인식된 것이다. 달리 생각해 보면, 새소리를 즐기는 자가 더 많고, 나무에 새가 깃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고, 집 주인이 새를 불러들인 것도 아니다. 세상을 자기 위주로 해석하는 자기 중심적 사고는 갈라 치는 마음의 바탕이 된다.

 

 나무를 자른 집 주인은 그동안 동네 주민들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한다. 이제 잘려진 나무와 그 나무를 자른 주인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부정적인 사고를 보여주는 모델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일순간의 가르는 마음이 가져온 가혹한 결과다. 우리도 같은 우를 범할 수 있다. 절반으로 잘려진 나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하겠다.

 

2021715

절반으로 잘려진 나무가 내게 가르쳐준 교훈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방 유감  (0) 2021.08.28
철조망 너머 아기를 위한 기도  (0) 2021.08.28
작은 규제, 큰 자유  (0) 2021.08.27
원주민 기숙학교 2:사과를 먹자  (0) 2021.08.26
원주민 기숙학교 1:그릇된 믿음과 깨어있음  (0) 2021.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