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독들은 천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상상했던 세계는 많은 경우 비슷하게 현실이 됐거나 되고 있다. 스타워즈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는 것처럼. 매트릭스 영화를 몇 번 돌려서 봤다. 미래에 인간들이 컴퓨터 가상 세계에 갇혀 사는 내용이다. 그냥 상상으로만 끝날까?
인간의 뇌파를 컴퓨터로 이식하면 매트릭스처럼 컴퓨터 가상 공간에서 생활하는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어느 과학자의 글을 읽었다.
내가 사는 나라에서 팬데믹 기간 중 술과 마리화나 소비가 엄청 늘었다는 기사를 봤다. 그것도 젊은 층에서. 유사 이래로 성공하지 못한 법이 금주법과 매춘금지법이라고 한다. 고통에서 도피하고 쾌락을 즐기고 싶은 것은 인간 본능이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것 보다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더 많은 세상살이다. 본능이 원하는 것까지 포함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고.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음심으로 간주될 수 있는 감정 안 품어 본 남자가 몇이나 될까? 그때마다 눈알을 뽑아 버리라는 가르침을 따랐다면 이 세상에 눈 성한 남자 몇 안 될 것 같다.
상상이 현실이 되어, 머리에 헬멧만 쓰고 누워 있으면 원하는 시간 동안 컴퓨터 가상 세계로 들어가서 즐기다 나올 수는 놀이방이 생긴다면? 본인이 원하는 것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가상세계. 이미 ‘가상현실’, ‘증강현실’ 이라는 이름으로 실현에 한걸음 씩 다가서고 있다.
내게 가상세계 체험 희망 여부를 묻는다면 아무리 자제해도 한 번쯤 궁금해서라도 들어가 보고 싶을 것 같다. 술, 담배, 마약과 같은 중독성 있는 것에 취해 사는 사람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처음에는 호기심 때문에 해봤지만, 점점 횟수를 거듭할수록 빠져나오기 어려웠다.”
힘들고 안되는 것이 많은 삶에서 지금 당장 이상향을 경험할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치기는 참 어려울 것 같다. 딱 한 번만이라고 하겠지만 사는 동안 피할 수 없는 희로애락의 사이클에서 어떻게 딱 한 번이 가능할 지 자신이 없다.
미래를 걱정하는 것 보다 현실이 더 급하다. 안 그래도 넘쳐나는 중독성 음식과 기호품에 더해서 마리화나까지 가게에서 살 수 있게 하는 일명 선진국들의 정책 입안자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 꼭 필요하다면 처방전 받고 쓰게 하면 될 것을.
상쾌한 아침 산책길에 퀴퀴한 마리화나 냄새를 풍기며 걸어가는 젊은이의 멍한 눈을 보면 안쓰럽다는 느낌과 동시에 미래에 일어날 것 같은 매트릭스 세계에 갇혀 사는 후손들의 모습이 연상돼서 두려운 생각이 든다.
내 뒤에서 그들이 중얼거린다.
“행복은 사실 호르몬 분비의 결과죠.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그래서 우리는 계속 자극이 필요해요. 누구나 행복을 위해 살지 않아요? 그래서 행복을 위해서라면 중독쯤은 겁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