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원주민 기숙학교 2:사과를 먹자

Chris Jeon 2021. 8. 26. 07:18

 

 전형적인 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어느 가장의 이야기. 나이도 이제 중년을 지나 노년을 향해 가는 때라 친구의 권유로 자기개발 과정을 수강하게 되었고 강사로부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강의를 듣고 나서, 자신과 가장 가까운 가족에 대한 경우 생각해 보니, 며칠 전 사소한 일로 아들에게 큰소리 친 것이 마음에 걸려 사과를 결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생전 하지 않던 행동을 하기가 어디 쉬운가? 멋쩍고 자존심도 상하고… 고민 끝에 집으로 가는 길에 가게에 들러 사과를 한바구니 사서 가족 앞에 펼쳐 놓고 어리둥절해 하는 아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고 한다. “아들아, 나의 사과를 받아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은 교만과 무책임, 권위의식, 사과하는 행동에 대한 생소함 등이 이유가 되겠다. 하지만 사과라는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하등의 문제될 것이 없는 상식적인 행동이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으니 내가 자존심 상할 이유가 없고 내가 그것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인간의 도리다. 만약 상대가 용서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상대방의 결심이니 자신의 도리를 다한 다음에는 내가 더 이상 마음의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그 잘못을 반성함으로써 교훈을 얻어 동일한 과오를 범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실행한다면 나로서는 해야할 일을 다한 것이다. ‘진인사대천명’이다.

 

 캐나다 원주민어린이 기숙학교에서 발굴되고 있는 유해 건으로 사회가 들썩인다. 어떤 이는 100년이 넘는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 왜 지금의 우리가 비난 받아야 하느냐고 항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나 교회 조직은 시간의 흐름에 관계없이 그 조직이 계승되어 존재하는 한 존속 기간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2차 세계대전시 유대인 학살 사건에 대해 현 독일 총리가 사과하는 것도 그 이유다. 따라서 그 당시 사건에 대해서, 현재 조직을 책임지는 이가 가장 빠른 시간내 사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진정한 사과는 반성이 따라야한다. 즉, 그 당시 사건에 대한 철저하고 솔직하고 납득할 수 있는 원인 규명과 함께 이러한 것이 재발되지 않도록 방법을 수립하고 실천을 약속하는 것이다.

 

 사실 역사를 보면 교회가 동일한 잘못이 반복되는 것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00년 이전 유대인들이 자신을 제외한 인간들을 짐승과 같은 무리로 인식한 것은 그렇다 치고 이러한 인식이 신자들에게 이어져와서 피사로의 잉카 제국 파괴, 초기 미국 이주자들이 원주민에게 행한 만행 등을 통해 표출되고 캐나다 원주민 어린이 기숙학교 사건까지 이르게 되었고, 현재도 이러한 잘못된 믿음이 이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100% 아니라고 확신할 자신이 없다. 이제, 이번 사건을 그러한 잘못된 믿음의 고리를 끊는 통렬한 반성의 기회로 삼자. 캐나다 정부의 지시로 교회가 운영한 학교이니 만큼 캐나다 국민 전체가 책임자라는 인식을 갖고 이 문제에 대한 원인을 치열하게 숙고하고 공론화해서 정부와 교회의 책임자가 신속한 사과에 이어 잘못에 대한 반성의 내용을 캐나다인은 물론 전 지구인 앞에 솔직하고 단호하게 밝혀야 한다. 그것이 피해를 당한 본인과 관련자들에 최소한의 도리를 다하는 것임은 물론이고, 미래에도 건강한 국가와 교회가 지속 될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2021. 07. 07

사건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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