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단풍이 아름다운 사회 2

Chris Jeon 2021. 8. 26. 07:12

 

  더 나은 삶을 위해 캐나다로 이민 왔지만 아직도 못내 아쉬운 것이 한국의 단풍, 그 중에서도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설악산 단풍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단풍은 사계절이 있는 온대 지방에서도 일교차가 심한 계절에 더 아름답게 물든다. 한국은 지형상 대규모 인공 조림지가 적어 다양한 수종의 단풍이 자연과 어우러져 물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질펀한 정글 같은 느낌이 드는 캐나다 단풍보다는 한국 단풍이 더 예뻐 보인다.

 

  자기와 다른 종이 우글거리는 곳에 서슴없이 들어갈 수 있는 동물은 인간 밖에 없다고 한다. 예로부터 어울려서 협력할 수 있었기에 신체적으로 연약한 인간들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졌고, 남의 생각을 받아들여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사고가 창조적 문명 건설의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얼굴 모양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증오하고, 대통령과 신념을 같이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으로 나라가 둘로 갈리는 세상 돌아가는 모습에서 이러한 인간의 우수성이 약해지고 오히려 높은 울타리 너머 같은 종끼리 모여 상대를 향해 으르렁대는 소리가 커져가는 것 같다.

 

  자연을 이루는 연결고리는 각각의 다른 고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면 나와 다른 것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고, 섞임을 불편하고 순수하지 않음으로 오해하지 말아야하겠다. ‘모자이크 사회를 지향하는 캐나다가 수용적 가치관을 가짐으로써 더 발전할 수 있었듯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단풍 경치를 가진 한국도 단풍 사회를 표방하는 가치관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름을 모아 더 강하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단풍 같은 나라.

 

  폭염, 가뭄, 산불, 홍수, 바이러스범 지구적 재앙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모두가 하나 되어 같은 방향으로 힘을 모아도 늦을 판에 아직도 나와 다르다고 미워하고, zero-sum식 이분법적 사고로 갈라지는 사회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이번 가을에는 세계인들이 한국의 단풍을 보고, 추위와 더움을 견딘 다름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깨닫고 즐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20219

단풍이 물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조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