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상한 바이러스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붐비는 곳이 골프장이다. 실내 활동이 제약 받으니 너도나도 예약 전쟁을 치룬다. 팀별 출발 시간 간격이 좁아져서 공 찾는다고 오래 두리번거리면 눈총 받기 십상이다. 꼭 장터 같다. 다가오는 봄에도 같은 광경이 펼쳐질 것 같다. 눈 덮인 골프장의 고즈넉한 풍경을 보니 한가지 기억이 떠오른다. 만약 정규 18홀 골프장에서 나 혼자 골프치면 어떤 느낌이 들까? 황제 골프? 실제로 경험해 봤다. 오래전 일이다. 별로 붐비지 않는 동네 골프장에서 여름 오후 늦게 혼자서 라운딩을 시작했다. 동네 골프장이라도 거리는 짧지만 18홀을 갖췄다. 늦게 출발했으므로 전체 홀을 다 돌 생각은 없었고 어둑해지면 그냥 나올 작정이었다. 18홀 중 약 2/3 정도 되는 지점에 있는 홀은 그 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