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곡식이 익으면 추수를 한다.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고, 가뭄이 들 때면 등짝이 타는 듯한 땡볕 아래 물을 주는 것은 농부의 일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곡식이 익어가는 대부분의 과정은 하늘이 하는 일이다. 그 누가 뿌리로부터 볍씨까지 영양분을 나를 수 있으며 알곡이 적당히 익도록 만들 수 있을까? 모든 것은 하늘이 주관하고 인간은 거저 하늘이 주신 잔심부름만 할 뿐이다. 때가 되면 알곡은 거둬진다. 밑동이 잘리고 볍씨가 털려 가마니에 모아지고 배고픈 인간들의 입속으로 들어가서 우리가 산다. 잘려진 몸통은 볏단이 되어 지붕이 되고 지푸라기는 거름이 된다. 볍씨 중 실한 놈은 내년을 위한 종자로 선택되어 창고에 갈무리된다. 한 알의 볍씨에서 출발해서 모가 되고, 커서 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