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치다. 한번 갔던 길도 잘 기억 못하지만 방향 감각도 무디다. 식당 화장실 가서 나 올 때는 반대편으로 꺾어 나와서, ‘employee only’ 붙여진 주방문을 열어 안에서 일하시던 종업원들 놀라게 한 적이 여러 번이다. 개소리, 개 같은 자, 개망신, 개죽음, 개고생… 나쁜 의미 단어 앞에 ‘개’가 들어간다. 좀 의아하다. 내 생각에는 개가 인간 보다 나은 점도 많다. 최소한 길 찾는 능력만큼은 나보다 좋았다. 18년 동안 내 품에서 꼼지락거렸던 녀석과 동네 산책 갔다.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았던 곳이라 한 두 번 갔던 동네 길이다. 촘촘히 들어선 집 사이로 샛길이 있었고 그 길이 목적지 공원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내가 앞장서고 녀석은 옆에서 조신하게 따라온다. 샛길 가까이 오긴 왔는데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