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뒤뜰에 동물들이 자주 놀려온다. 다람쥐, 새, 스컹크, 이웃집 고양이. 가끔씩 라쿤도 보인다. 도심이지만 비교적 큰 나무들이 있는 조용한 곳이어서 그렇겠지만 주인의 심덕이 후해서 그럴 것이라는 나름 좋은 생각도 해본다. 며칠 전 그동안 뜸했던 덩치 큰 라쿤 한 마리가 대낮에 뜰 중앙에 서 있는 큰 전나무를 타고 천천히 내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통상 밤에 몰래 왔다 가는 놈인데 대낮에 나타난 것이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움직임이 많이 다르다. 내려오는 모양새가 불편해 보인다. 속도도 늦고… 떨어질까 조심하는 것 같고 입에 약간의 거품도 보인다. 무엇보다 평소와 다른 점은 사람이 가까이가도 놀라거나 도망갈 기색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마치 인간이 다가오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다 내려와서는 마당을 이리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