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역지사지(易地思之) 허상

Chris Jeon 2025. 4. 14. 20:19

 

 

 

나는 생선이다.

아니다. 고기였는데 지금은 생선이 됐다.

 

푸른 바다, 깊은 바다 마음대로 돌아다니다 아차 실수하여 지금 수족관에 갇힌 신세다.

어느 날 허공에 붕 뜨는 느낌이 나더니 나무 판 위에 내동댕이 쳐진다.

아프다는 느낌보다는 너무 숨막히고 무서워서 몸부림친다.

“허 그 놈 싱싱하다.”

필사적으로 입을 크게 벌려 숨쉬려 버둥대는 내 모습을 보고 침 삼키는 자.

니가 지금 내 심정 만분의 일이라도 알까?

 

역지사지(易地思之)

잘 안되니 좀 그렇게 하라고 맹자 이래 계속 되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같이 살아가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만사휴의(萬事休矣).

먹느냐 먹히느냐 갈림길에서 상대 입장에 선다는 것 자체가 꿈이다.

먹는 자와 먹히는 자만 있을 뿐.

 

횟집에서는 그저 펄떡거리는 놈만 고르면 된다.

낚시 바늘 못 보고 미끼만 본 내 죄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