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귀 2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어라.” 귀란 원래 듣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 아닌가? 그럼 들을 귀 있고 못(안)듣는 귀 따로 있다는 말인가?
내가 약속된 언어로 ‘A’라고 말했는데 왜 상대는 ‘B’ 혹은 완전히 다른 ‘Z’로 이해할까?
1.듣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안 듣는 경우가 있다. 상대의 말이 듣기 싫거나 존중하지 않는 경우 내 귀는 열려 있어 소리는 받아들이지만 그 소리가 머리나 가슴으로 전달되지 않고 반대편 귀로 흘러 나간다. 그러니 상대가 하는 말에 동문서답하거나 눈만 멀뚱멀뚱한다.
2.내가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경우. 나의 프레임에 갇혀 있을 때 그렇다. 이럴 경우 내가 원하는 단어나 문장만 들리고 기억된다. 고약한 기자가 상대가 말한 내용 중 자기가 의도한 단락만 잘라서 본인의 뜻대로 편집하여 기사화 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3.자신의 이해 수준이 상대의 말하는 수준과 차이가 클 경우 역시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5차원 이상의 세계를 아무리 쉽게 설명하려 노력해도 나는 이해가 안된다.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된다.
이중 세번째와 같이 전문 지식을 몰라서 이해 못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다 해도 ‘1’과 ‘2’는 개선이 가능할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잘 안되는 이유가 있다. 내 성격, 내 고집이 쉽게 안 변하니까 그렇다.
자신의 판단은 일단 접어두고 상대의 생각을 존중하고 경청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시는 분은 단순히 잘 듣는 미덕만 가지신 분이 아니라 인격적으로 수준이 높은 분이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일목요연하고, 논리 정연하게, 쉽게, 조근조근 말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내가 말귀 어둡다는 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다. 말하는 것이 어눌한 것은 타고난 것이라 변명할 수 있어도, 남이 하는 이야기 잘 못 알아 듣는 것은 내 인격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