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 9

걸으며 느끼는 것

걸을 수 있는 것은 축복이라고 한다. 건강하고, 걸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고, 신발 구입할 수 있는 돈이 있고, 자연과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5대 축복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익숙한 길은 그렇지 않은 길보다 짧게 느껴진다. 가야할 길을 잘 몰라서 주뼛주뼛하며 걸을 때 보다 내가 아는 길은 마음이 편하고 이런 저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서 그렇다. 내가 어디로 갈지 잘 모르면 몸과 마음이 무거워지나 보다. 반환점을 돌아서 올 때 심리적인 부담이 적다. 좀 힘들 경우는 더욱 그렇다. 반환점 전까지는 걸어야 할 길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돌아서 올 때는 걷는 만큼 가야할 길이 줄어들고 또 눈에 익은 길이어서 시간도 훨씬 빨리 가는 것 같다. 인생 중반을 돌아서니 시간이 쏜살같..

단상/일상 2023.02.27

낙서 31 : 이게 뭔가?

웰 다잉 하기위해서 열심히 운동한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고 잘 죽기 위해서? 이상하다. 이상할 것 없다. 다 죽더라. 천하를 호령했던 사람도, 벌레처럼 꼼지락거렸던 인간도. 후대에 남을 순애보를 썼던 인간도, 하룻밤 정사에 몸을 떨었던 청춘도 가니 꼭 같더라. 나도 같은 인간이지만 뭘 더 잘 할 수 없나 고민한다, 그래도 내가 낫다는 자만심은 아직 있거든. 추하게 죽고 싶지 않다. 남에게 부채가, 특히 자식에게 그만 돌아 가시지 하는 생각 안 들게 하고 가고 싶다. 죽어서 조문 온 사람들이 속으로 잘 가셨네 하고 내 얼굴 보는 것 싫다. 그런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나? 이 순간 나는 소맥을 마신다. 몸에 안 좋은 것 알면서 방금 지하실에서 땀 흘리며 운동하고 와서 운동해서 뺀 칼로리 몇배 이상의 열량을 ..

단상/낙서 2023.02.24

새벽에

눈 뜨니 살아있다. 살아 있었으니 눈이 떠졌겠지. 뭔가 온게 있나 셀폰을 집어 든다. 위에서 아래로 주르륵 얼마전 돌아가신 큰 형님 얼굴. 망설이다 대화창 여니 몇 달 전 남긴 메시지 “사랑한다’로 끝났다. 이게 유언이 됐구나. 그냥 눈과 코가 찡하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 턱 아래가 희끗희끗 검고 흰 놈 절반씩이다. 짧아서 표가 덜날뿐. 저쪽도 낮 밤이 있나? 이 세상 생각하며 그리워 할까? 모를 일, 가봐야 알 일, 가서도 모를 일.

단상/일상 2023.02.24

모난 돌이 정 맞는다

현명한 조상님들이 만드셨지만 내가 싫어하는 속담이다. 그 의미는 알고 있으니 차치하고, 돌만 놓고 보자. 이 세상 둥근 돌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직접 헤아려보지는 않았지만, 둥글둥글한 돌 보다는 네모든 오각형이든 뾰족삐죽하든 각진 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Factor는 둥글든 각 졌든 다 용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각지면 정 맞으니 아프다. 그럼 각진 돌이 정 안 맞는 방법은 무엇일까? 땅속에 숨어서 안 나오며 세상을 원망한다. “나도 분명 쓸모가 있는데…” 가능한 힘을 이용해서 데굴데굴 굴러 스스로 둥글게 만든다. 아무래도 원래 둥근 돌보다는 못하다. 그럼 세상사는 어떻게 될까? 온통 둥근 돌 천지다. 주춧돌로 사용하기 위해서 둥근 돌을 애써 깎아 네모 모양 돌을 만든다. 별 쓸모 없는 수많은..

단상/일상 2023.02.20

일탈(逸脫)

누구나 가끔씩은 일탈을 꿈꾼다. 정해진 삶의 틀에서 벗어나 보는 것. 탈선과 같은 의미는 배제하고 한번 변화를 가져 보는 것. 그러나 이것저것 생각할 것이 많다. 시간, 돈, 준비물, 같이 갈 동무, 주위의 시선, 이 나이에,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불편함… 없는 용기 내라고 할 수는 없고, 그래서 그저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 해본다. 탈 수 있는 차 있고, 몇 백 km 달릴 휘발유 살 돈 되고, 시간도 있네. 구글에 들어가서 다다다다… 내가 사는 곳에서 300km 이내 가장 가고 싶은 곳. 한눈에 팍 들어오는 사진. 얼추 280km 되는 곳, 바다 같은 호수의 만(Bay), 절벽, 해식 동굴, 겨울철에는 인적 드뭄. 딱이다. 따뜻한 옷 입고, 도시락, 약간의 간식, 트레일 걸을 때 필요 장비 답삭..

단상/일상 2023.02.17

혼란 - Do something

# 아침에 배가 살살 아프다. 아~ 내가 배를 가지고 사는구나. 이제야 배의 존재를 느낀다. 지진이 형제의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30여개 위력이라고 한다. 우리가 지진이란 시한폭탄을 깔고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다른 사람도 나처럼 당해봐야 아는가? #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뉴스를 듣는다. 전과라고 발표하는데, 하루 800여명 사살, 탱크 몇 대… 탱크에 4명씩 탔을 텐데… 형제의 나라니 한국도 발빠르게 움직여 160여명 구호단을 보내서 첫날 5명의 생존자를 구했다는 뉴스가 크게 나온다. 지구 어느 한쪽에서는 죽자사자 서로 죽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목숨 걸고 살려내고. 죽인 자 보다 살려낸 자의 수가 적다. 의미가 다른가? # 내가 가입해 있는 단톡방에 정보가 뜬다. 카카오..

시사 2023.02.09

느리게 산다는 것

♥ 블벗님과 생각 나누기로 약속한 주제인데, 쭉 연결되는 글이 안 쓰여서 그냥 떠오르는 생각을 나열해 봅니다. 무료해서 셀폰을 들여다볼 때가 있다. 누가 카톡 보내온 것 없나? 수신된 내용이 없으면 서운하다. 한창 바쁘게 일할 때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지쳐서 도대체 이놈의 전화 한시간 동안 몇 번이나 받고 거는지 헤아려 본 적이 있었다. 20번 이상, 얼추 2~3분마다 한번 꼴. 말하는 시간 감안하면 거의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던 셈이다. 물론 나는 그 당시 전화 상담원은 아니었다. ‘느림의 미학’을 설명하는 글에서, ‘느림’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 ‘느림’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느림에 대한 변(辯)】 한국에서 5년이면 충분히 완공할 것 같은 지..

단상/일상 2023.02.04

낙서 30: 숨쉬세요

“당신을 보면 숨이 막힌다.” 가끔씩 듣는 말이다. 누군가로부터 물리적 힘을 받거나, 호흡기 질병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숨 쉬기 어렵다면 내가 숨을 잘 안 쉰다는 이야기다. 내 마음의 문제다. 이런 말 듣는 사람 또 숨막힌다 할 수도 있겠지. “쉽게 갑시다”, “좋은 것이 좋다”. 행간에 있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어서 나는 이런 말 하는 사람 안 좋아 한다. 대신 다른 표현을 권한다. “순리대로 갑시다”, “옳은 것이 좋다”. 흐르는 물을 보고 있노라면 참 쉽게 간다. 거슬러 올라가는 물 없고, 가다가 바위 붙잡고 안가겠다고 버둥대는 물 없다. 자기만 좋으면 되나? 같이 좋아야지. 같이 좋으려면 올바르게 처신해야 한다. 가슴이 좀 답답할 때는 밤하늘의 별을 본다. 무한대의 별들이 우주의 질서 대로 빛난다..

단상/낙서 2023.02.03

겨울철 A/S

걸작품인 것은 맞지만 24시간 움직이는 물건이니 인간도 A/S가 필요하다. 제조처가 신비로 가려진 곳이어서 직접 찾아가기는 힘들고 대신 세상에 의사란 분이 계셔서 몸은 돈만 주면 고칠 수 있지만 정신은 좀 뭣해서 대부분 내가 직접 수리한다. 며칠사이 눈이 많이 왔다. 삐까뻔쩍과는 거리가 먼 시골스러운 나라지만 조용하고 공기가 깨끗해서 나 같은 촌놈이 살기 괜찮은 곳이다. 집에서 30KM 거리에 내가 좋아하는 Trail이 있다. 왕복 10KM 거리의 계곡을 끼고 가는 산길. 내 옆 힘쎈분과 둘이서만 가면 혹시 서열 다툼 할 수도 있으니 중재자 역할 할 지인 부부를 같이 가자고 꼬드김. 3시간 정도 걷는 동안 한국인 그룹 4명 만난 것이 전부다. 예상대로 한적하다. 다행인 것은 누가 먼저 걸어서 생긴 것인지..

단상/일상 2023.02.01